‘깎는다’(刻)는 것은 보태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단단한 육질의 나무판을 깎고 또 깎는 동안 파이는 것은 나무결뿐 아니라 마음에 담아둔 세상의 번뇌(煩惱)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남겨진 문양은 표면의 거침과 매끄러움을 떠나 강한 메시지와 함께 청정한 기운을 내뿜는다. 이런 게 ‘刻’ 미술작품의 매력이다.
건축기능사인 최성수씨의 고희전이 9일부터 14일까지 창원 대우백화점 the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그간 틈틈이 작업해온 서각(書刻)·화각(畵刻) 작품과 유화들이 걸렸다. 최씨는 사사(師事)를 하긴 했지만 전업작가는 아니다. 이로 인해 다소 거친 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작품에는 나뭇결 하나하나를 살리고, 없애는 정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채색(彩色) 또한 꼼꼼해 나뭇판이지만 캔버스 같은 치밀한 느낌을 전한다.
작가는 “인간은 자연의 부분으로 자연 속에서 윤회(輪廻)하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 자연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하늘, 산, 바다, 강, 호수 등등.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물질문명에 찌든 현재를 통해 자연의 장엄함을 다시금 생각하려 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아세아미술대전 예술상, 대한민국공예대전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불교 서각회·전국자연보호중앙회 고문 등을 맡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창원 창동예술촌 내 창동갤러리로 자리를 옮겨 30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문의 ☏ 010-5523-9977.
이문재 기자 mjlee@knnews.co.kr